가까이서 보면 살짝 비쳐 보이는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면사 너머로 겨우 보이는
커다란 두 눈은 늘 웃는 것처럼 곱게 접혀있는데, 종종 면사를 올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
드러나있는 얼굴형은 달처럼 둥글었고, 아래로 드러나있는 입가엔 항상 음식을 물고 있지 않으면
해맑게 웃음이 걸려있어서 전혀 음침해 보이지 않았다. 허나 면사 아래로도 얼굴에 가득한 붉은 흉터가
눈에 들어온다. 자상으로 보이는 흉터들은 극도로 노출을 꺼리는 것처럼 껴입어서 보이지 않는
전신에도 가득했다.
촘촘히 양쪽으로 땋아내린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를 넘어가는 길이. 땋은 머리 위쪽으로는
하얀 천으로 만든 꽃장식이 있고, 아래로는 붉고 흰 댕기를 매고 있다. 소동물을 연상시키는
작은 몸집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재잘거릴 때마다, 긴 옷자락이 부드러이 너울거리고,
그 안으로 검은색 바지가 비쳐보였다. 그 외에 특별히 치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데, 손톱 색이 눈과 같이
은빛으로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