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혜는 설산에 피어난 적매화를 빼닮은 이였다. 빛을 받으면 옅은 적색을 띠는 새하얀 머리카락은
월야관에 들어온 그 해부터 짧은 길이를 유지했다. 오른눈 아래 눈물점이 있지만 월야관에서
여혜가 눈물으 보인 적은 없다. 정말 운 적 없는지, 눈가가 연지로 붉어 가려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여혜는 늘 두 가지 색으로 구성된 사람같았다. 하얀 머리칼, 새하얀 속눈썹, 상아에 가까운 혈색.
붉은 눈과 연지를 바르지 않아도 붉은 입술. 그리고 연지로 붉게 칠한 눈가. 입고 있는 옷의 깃과
치마도 붉고, 흰 상의를 꽃을 수놓은 실도, 하얀 꽃신을 수놓은 꽃도 붉다.